이세돌이 알파고와의 2국에서도 패했다.
인공지능 전문가들 중에는 이세돌의 5전 전패를 예상하는 사람도 있던데, 이제는 정말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도전하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대결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다라고 하는 의견도 있고, 사기라는 의견도 있고, 경기 자체가 안된다는 의견도 있고, 1:1200명이 싸우는 것이다라는 의견도 있고, 알파고가 인공지능도 아니다란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방법이야 어찌되었건 기계에게 진건 확실하다. 그만큼 인간의 기술은 발달했다. 바둑의 아성이 무너진 것이다.
이세돌이 무거운 짐을 지고 혼자 대국을 해나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하지만 마지막 대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2국에서 궁금한 것은 바로 이세돌의 130수이다.
129수로 끊을려고 왔을 때, 이세돌은 장고를 하다가 잇지 않고 130수를 두었다.
K 바둑 채널을 통해 대국을 지켜봤을 때는 해설자들이 왜 잇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잇고 안전하게 두면 100% 이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세돌은 잇지 않고 130수로 우상귀쪽에 침투했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다. 과연 이세돌은 이 시점에 불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승부수를 던진 것인지, 아니면 계산 착오로 실수를 한것인지 하는 것이다.
오랜 장고를 해서 내린 결정이었기 때문에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세돌은 이어서 안전하게 두어서는 집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던 것일까? 이미 이때부터 이세돌이 지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사실 나같이 바둑을 그냥 좋아하는 수준인 5급 정도의 실력으로는 해설자들의 해설을 거의 100% 신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에서는 해설자들의 형세판단이 상당히 별 의미가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 시점에서 봤을 때 상변 흑집이 상당히 커보이지만 우하귀 백집과 좌변 백집이 흑집보다 커보이지는 않는다. 이세돌은 이미 이 시점에 이기기 위해서는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이건 어디까지나 허접한 수준의 바둑 애호가의 의견이므로 그 어떠한 신빙성도 없음)
만약 이세돌이 이어서 백돌을 살렸다면 알파고는 이기기 위한 최선의 수를 두어서 집에서 앞서 나갔을 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알파고의 더욱 완벽한 승리로 끝나지 않았을까?
해설자들은 이세돌의 판단을 실수나 착각이라고 치부했지만 엄청난 성능의 슈퍼컴퓨터와 싸우고 있는 이세돌의 머리속에서는 이미 멘붕이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TV에서 해설을 한다고는 해도 이세돌보다 약한 프로기사들일 뿐이다. 해설을 하는데 있어서 보다 신중하고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세돌에 대한 예의도 꼭 지키면서 해설해주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