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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 Column/Web2.0

야후의 텀블러 인수, 딜리셔스, 플리커와 같이 유명무실화 되지 않기를 갈망한다!

야후가 1억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텀블러(tumblr.com)를 인수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월 20일, 야후 이사회가 텀블러를 11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는데, 이는 야후의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그렇다면 텀블러(tumblr)는 어떤 서비스일까? 사용자들이 텍스트, 사진, 동영상, 링크 등을 자유롭게 게재하고 공유할 수 있고, 트위터처럼 다른 회원을 팔로우(follow)하여 최신 업데이트 콘텐츠를 받아볼 수도 있는 마이크로블로그 플랫폼이다. 어찌 보면 우리에게 친숙한 일반적인 블로그 서비스와 트위터의 중간 단계라 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별생각 없이 트위터를 마이크로블로그라 칭하고 있기는 하지만 트위터를 마이크로블로그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트위터는 단문 메시지 중심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혹은 넓은 의미에서 '소셜 미디어 서비스'라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 오히려 텀블러가 진정한 마이크로블로그의 자리에 어울리는 서비스라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텀블러는 2007년 처음 등장한 이후로 꾸준히 사랑받아 오고 있으며, 지난 3월 기준 회원 수는 1억 1,7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스마트폰 접속자 수가 1,2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모바일에 취약한 야후로서는 구글, 페이스북에 대항할 천군만마를 얻게 되었다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구글의 등장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야후가 과연 텀블러를 인수하여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야후가 웹2.0을 대표하는 두 서비스였던 딜리셔스와 플리커를 인수한 이후 방치하여 그저 그런 서비스로 전락시켰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더욱 우려되기도 한다.

 

딜리셔스는 소셜 북마크, 태그, 폭소노미와 같은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전 세계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던 북마크 공유 서비스로써 2005년 말 야후가 인수해 운영하다가 2011년에 유튜브 설립자인 채드 헐리와 스티브 첸이 만든 아보스(AVOS)에 매각되었다. 이러한 인수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회원 계정이 삭제되었으며, 제 딜리셔스 계정 또한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다.

 

 

플리커는 또 어떤가? 야후는 2005년 플리커를 인수한 이후 제대로 운영해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세상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플리커는 몇 년 동안 변한 게 거의 없을 정도였다.

 

다행인 것은 야후가 플리커를 살리기 위해 다시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야후의 최고경영자(CEO) 마리사 메이어는 뉴욕에서 열린 미디어 행사에서 "우리는 플리커를 다시 멋지게 만들고 싶다"며 새롭게 단장한 플리커를 공개했다.

 

특히 플리커 이용자 모두에게 1TB의 무료 저장 공간을 제공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총 53만 여장의 사진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라고 한다.

 

 

구글, 야후와 같은 IT 공룡기업들의 인수합병 소식이 항상 반갑지만은 않다. 대기업에 인수되어 안정적으로 자금지원을 받아 더욱 성장하는 서비스가 있기도 하지만 반대급부로 상당수의 서비스가 방치되다가 유명무실화되어 폐쇄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인수했다가 감당이 안 되어 원 창업자에게 훨씬 낮은 가격에 되판 예도 있다. 이베이가 그 주인공이다. 자신이 7천5백만 달러에 인수했던 스텀블어폰을 독립회사로 스핀오프 했다. 스텀블어폰 창업자와 벤처투자사가 합작하여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관련기사: http://techcrunch.com/2009/04/13/ebay-unacquires-stumbleupon)

 

자유롭게 상상하고 빠르게 밀어붙이는 벤처 특유의 장점이 대기업에 들어가면서 거대한 시스템에 묻힐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더욱이 인수해 놓고 추가적인 투자를 게을리한다거나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한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서비스를 경쟁사가 채가기 전에 미리 선점하기 위해 인수합병 하려는 의도도 다분하다.

 

물론 야후의 텀블러 인수에는 11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걸려 있기 때문에 방치해두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구글, 페이스북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는 현재 상황을 타결할 실마리를 텀블러에서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1억 명 이상의 회원이 매일 쏟아 내놓는 수많은 콘텐츠를 야후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접목할 수 있다면 분명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텀블러가 웹2.0 서비스의 총아였던 딜리셔스, 플리커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더욱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