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이런 문제가 있다면 이것을 역으로 이용한 서비스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동아일보 기사]
최근 인터넷에서는 ‘도넛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 유명 베이커리 회사의 협력업체 직원이 “도넛 공장의 위생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4월 23일 인터넷 포털의 토론 게시판에 올린 것. 이 직원은 “제품 포장지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고 폭로했다.
이 사안은 일파만파(一波萬波)로 빠르게 확산됐다. 흥분한 누리꾼들은 인터넷 카페나 개인 블로그로 해당 게시물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문제는 공장의 위생 상태와 관련된 내용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점. 해당 회사는 관청의 조사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았고 공장 직원은 산재(産災)협상 과정에 불만을 품고 글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해당 회사는 매출 손실과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인해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블로그와 손수제작물(UCC)을 중심으로 참여와 개방이 키워드가 되는 ‘웹2.0’ 시대가 되면서 기업의 ‘온라인 리스크(위험)’도 커지고 있다.
○ 뛰어난 확산 속도와 파급력
블로그와 UCC 동영상 등 웹2.0 저작물이 기업들에 위험 요소가 되는 것은 확산 속도가 빠르고 파급력이 이전의 인터넷 게시판보다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블로그 전문업체 테터툴즈의 이미나 팀장은 “기존 게시판은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지 않으면 볼 수가 없어 노출에 한계가 있다”며 “블로그는 자동알림(RSS) 기능을 통해 새로운 내용을 이웃 블로거들에게 바로 알려 준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블로거들의 토론과 관련 글에 서로 링크를 거는 기능(트랙백)을 통해 이슈가 순식간에 커지는 ‘눈 덩이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2004년 9월 미국의 자물쇠 제조업체 크립토나이트의 50달러짜리 자물쇠를 볼펜으로 간단히 여는 동영상이 한 블로거에 의해 공개된 뒤 10일 만에 1800만 명에게 유포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UCC 동영상은 문제가 되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 줘 감정적인 호소력이 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누리꾼들은 UCC 전문 사이트나 블로그를 통해 동영상을 공유하고 확산시킨다.
현재 국내에서도 블로그와 UCC 동영상에 의한 온라인 리스크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음과 판도라TV 등의 사이트에는 고시촌 식당가의 비위생적인 음식 관리, 불량 과일, 노인을 속여 엉터리 제품을 판매하는 악덕 상인 등을 고발하는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다. 큰 기업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포털 사이트 다음의 UCC 코너에는 A사의 고무장갑 속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는 누리꾼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또 B사의 사료를 먹고 죽어 가는 강아지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이 올라와 ‘강아지가 너무 불쌍하다. 사료 회사 이름을 공개하라’는 등 누리꾼의 비난이 잇따랐다. C자동차의 불량 에어컨을 고발하는 사례도 있었다.
○ 기업 차원 체계적인 대책 필요
국내 기업들도 빠른 정보 유통으로 인한 ‘웹 2.0시대의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한 대기업의 홍보 담당자는 “주요 포털 사이트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정도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서툰 대응이 문제를 더 크게 만들기도 한다. 위생 문제 파동을 겪은 베이커리 회사는 인터넷 포털에 해당 게시물의 삭제를 요청하고 개인 블로거들에게 명예훼손을 이유로 자체 삭제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블로거들의 반발만 불렀다.
반면 해외 기업들은 이미 온라인 리스크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저가(低價) 항공사인 제트블루는 올해 2월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 폭설이 내려 항공기가 연착되는 사고가 일어나자 UCC 동영상과 블로그를 통해 사태를 조기에 수습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닐먼 사장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경영상의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했으며 환불과 무료항공권 제공을 약속했다.
홍보대행사 에델만의 이중대 부장은 “제트블루는 문제가 커질 가능성을 발견하고 즉시 행동에 나섰다”며 “한국 기업들도 가능하다면 기업 내부에 온라인 리스크를 미리 진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갖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