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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문화를 향유하고 싶어하고, 이에 대한 소비 욕구도 더불어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들도 가격이나 기능 위주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심미적 욕구나 감성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한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문화 마케팅’이다.
문화 마케팅은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문화를 위한 마케팅(Marketing for Culture)’은, 문화 및 예술 콘텐츠를 어떻게 널리 알리고 소비시킬 수 있을지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영화, 음악, 공연, 게임, 전시 등 문화 산업에서의 마케팅 활동이다. 반면, ‘마케팅을 위한 문화(Culture for Marketing)’는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마케팅 활동에 문화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기업들이 문화나 예술 공연을 후원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처럼, 기업이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면서 문화나 예술 코드를 사용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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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에게 문화 마케팅이 화두인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기업 이미지 제고에 문화라는 코드가 잘 들어맞기 때문이다. 문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함으로써 기업이 가진 고유의 이미지는 물론, 자사 제품 브랜드 이미지에 고급스럽고 독특한 분위기를 부여할 수 있다. 또한, 품질이나 기능, 가격, 서비스 등을 통한 차별화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문화 마케팅을 통해 남다른 매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화 마케팅의 유형도 다양하다. 문화/예술 활동이나 단체를 지원하는 스폰서십이 대표적이나, 최근에는 일방적으로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단계를 넘어서 기업과 문화/예술 간의 상호 이익을 위한 파트너십이 늘고 있는 추세다.
나아가 문화를 광고나 판촉 수단에 활용하거나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화 이미지를 체화하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 광고에 오페라가 모티브로 사용되는가 하면, 가전 제품 광고에 몬드리안의 추상화가 나오기도 한다. 또한, 문화 기업으로 새롭게 포지셔닝을 한다든가 문화적 매력을 후광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각종 문화/예술 활동 지원을 아끼지 않아 문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한 금호 그룹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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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마케팅을 떠올리면 대부분 기업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예를 떠올린다. 이러한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흔히 ‘메세나(Mecenat)’라고 부른다. 글로벌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대기업의 경우 현지인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문화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러시아에서 볼쇼이 발레단을 지원하고 톨스토이 문학상을 후원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LG의 경우 러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해마다 주요 도시들을 순회하면서 ‘LG페스티벌’을 개최하는가 하면, 장학퀴즈나 친선 음악회, 한국 영화제도 선보이고 있다. 프랑스의 자동차 기업 르노는 국내 시장에서 한국인의 정서에 거부감 없이 다가가기 위해 문화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주요 고객층인 30-50대의 취향에 초점을 맞춰 프랑스의 고품격 공연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밀레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나폴레옹 유물전, 앙리 브레송 사진전, 파리나무 십자가 콘서트 등은 르노삼성의 대표적 후원 작품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문화 재단을 설립해 문화 마케팅을 보다 체계적으로 펼치는 경우도 많다. 과거에 대기업 문화 재단에서는 단순한 후원 활동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기업 이미지에 맞게 특색 있는 문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CJ문화재단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을 공개적으로 후원하는 영 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젊은 기업 이미지를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다.
이 시대의 기업 메세나는 문화 후원(Sponsorship)의 개념에서 문화 투자 관점(Partnership)을 바탕으로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기업의 다양한 문화 마케팅 활동을 생활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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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에게 브랜드 마케팅의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기업의 모든 마케팅 전략이 브랜드 인지도를 고취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라는 리스(Al Ries)의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브랜드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기업의 브랜드 마케팅에 있어 문화/예술 코드는 매우 중요한 역할과 효과를 발휘한다. 문화/예술이 구축한 독특한 감성 코드는 소비자에게 기업과 상품으로의 쉽고도 편한 접근을 제공하면서 소비자의 인식 속에 강력한 기업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데 기여한다.
문화 마케팅을 통해 이미지를 쇄신한 성공적인 사례로 포스코를 꼽을 수 있다. 포스코는 ‘철’의 딱딱함을 벗고 부드럽고 따뜻한 기업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문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포스코의 문화 마케팅은 크게 지역 문화 활성화, 공연장 운영, 일반인에게 다가가는 문화 행사 주최,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지원 등을 들 수 있다.
CJ는 문화재단을 통해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화음쳄버오케스트라를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간벽지 등을 찾아가 영화를 상영하는 CGV ‘나눔의 영화관’ 등 다양한 문화 마케팅을 통해 생활문화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한층 공고히 하고 있다.
또한,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트레이딩업(Trading-up) 시키는 데에도 문화 마케팅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은행 영업점이 갤러리로 변신하는 사례들이 대표적인데, 영업점 안에 미술품을 전시하면서 문화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은행 갤러리가 자리 잡으면서 고객과의 유대관계가 공고해지고 있고, 매장에 대한 만족도 제고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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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 환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사회 환원 활동과 문화 마케팅을 동시에 전개하는 기업들도 있다. 한국메세나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사회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경우가 9%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아직 문화 마케팅이나 사회 공헌 활동이 정착하지 못한 국내의 경우, 일반인들은 두 가지 활동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문화/예술 후원을 통해 사회 공헌 활동을 펼친 대기업들의 투자 금액을 살펴보면, 삼성이 400억 원을 지원하여 총 지원 규모 중 절대적인 56%에 달하고 있으며, LG가 65억 원, SK가 50억 원, 교보가 28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 외 상위 20개 기업(현대중공업, 포스코, 한화, KT&G, KT, 아모레퍼시픽 등)이 전체 문화 지원 건수 대비 60%, 금액 대비 92%를 차지하고 있어 상위 20개 기업에 대한 문화/예술 지원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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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기업들의 문화 마케팅이 최근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업들의 문화 후원 활동을 통해 기업과 문화/예술 단체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보다 차별화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문화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는 이 때에 문화 마케팅의 효과를 보다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는 문화 트렌드나 감성 코드를 한 발 앞서 읽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단순히 기업의 일방적인 후원을 벗어나 기업과 문화/예술 단체 간의 필요를 충족시킴으로써 장기화된 동반자 관계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문화 마케팅은 단시일에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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