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Talk

서울시장직을 버린 오세훈, 뭐가 그리 두려웠을까?

윤상진 2011. 9. 2. 14:47
나는 IT 블로거다. 솔직히 시사나 정치는 잘 모른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관심이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 나라가, 우리 사회가, 우리 정치가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존경하고 사랑하던 노무현 전대통령님이 저세상으로 가시고 나는 내가 너무 비겁했음을 깨달았다. 노무현 전대통령님이 그렇게 공격을 받고 있었음에도 나는 왜 침묵하고 있었는가? 아니 관심도 두지 않고 있었다고 이야기해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떠나고 난 다음에 세상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지 못했던 것에 죄책감마져 들었다.

거창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요 몇주 동안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한마디만 하고 싶다.

바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한 이야기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곽노현 교육감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싸움을 벌였다. 그 싸움이 어떤 배경에서 시작되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모두가 모든 것을 걸었다. 특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자신의 서울시장직까지 걸고 승부수를 띄웠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무상급식이 서울시장직까지 걸고 결사항전할 만큼의 사안이었느냐 하는 점이다. 게다가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의견이 한쪽으로 크게 쏠리지 않고 있던 상황에서 어찌 이런 큰 도박을 했을까?

나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는 오세훈을 서울시장으로 뽑아준 시민들에 대한 모독에 가까운 행동이다. 서울시장직이 이렇게 쉽게 버릴 수 있는 존재였던가? 서울시장직이 도박할때 돈이 없으면 맡길 수 있는 담보물이라도 된단 말인가?

결국 오세훈은 애초에 서울시장을 그만두고 싶었던게 아닌가 생각한다. 서울 물난리로 그동안 야심차게 준비해 왔던 한강 르네상스도 그렇고 디자인서울거리도 그렇고 강한 반발에 직면해 있었다. 한마디로 오세훈에 대한 심판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엄청난 후폭풍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세훈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성공하면 자신의 영향력을 인정받게 될 것이고 실패하게 되면 서울시장에서 물러나 다음 계획을 세우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서울시장을 하면서 잘못했던 일들이 그대로 묻히게 될 것이고 보수세력의 열열한 지지를 지속적으로 받게 될 것이다.

뭐.. 오세훈이야 스타변호사에다가 국회의원을 거쳐 서울시장까지 지냈던 인물이고 나이도 많치 않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른 형태의 정치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길게 보면 오세훈은 이번 사태를 통해 잃은 것이 별로 없다. 오히려 보수진영에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한판 전쟁을 치른 이후 거짓말같이 곽노현교육감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를 통해 승자가 없는 묘한 상황이 되었다. 여야 할 것 없이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 현 상황.. 어처구나가 없다. 아직 아무것도 제대로 밝혀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어쩜 이렇게 여야 할 것 없이 사태를 촉구한단 말인가? 중요한 것은 곽노현교육감의 경우 유죄가 밝혀질 경우 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이게 우연의 연속일까? 아니면 치밀하게 짜여진 시나리오일까? 결국 곽노현교육감이 모든 책임을 지는 상황이 되는 것인가?

우리가 명백히 알아야 하는 것은 오세훈은 서울시민을 버렸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교묘한 수법으로 말이다. 그 어떠한 책임감도 없이 말이다. 이점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어야 한다. 훗날 그가 또다시 웃는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악수를 청하더라도 서울시장직을 헌신짝처럼 내던지 그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나는 도저히 그를 용서할 수 없다!!!